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하여 아파트 현관문 앞에 섰다.
“89567”
“~~~삐리~~삐리~~삐리~~ ”
요란한 경고음이 났다. 열리지 않았다.
누가 비밀번호를 바꿨나?
아니면 누를 때 그 옆 번호를 잘못 눌렀나?
다시 한 번 힘차게 번호를 눌렀다.
“89567”
“~~~삐리~~삐리~~삐리~~”
더 요란한 경고음이 났다.
열리지 않았다. 끝자리가 틀렸나하여 이번에는 번호에 구멍이 날 정도로 천천히 세게 눌렀다.
“89568”~~~삐리~~삐리~~삐리리리~~“
성문처럼 꿈적하지 않았다.
이번엔 신경질적으로 경고음이 들렸다. 끝자리에서 1하나 빼고 다시 한 번 시도했다. “89576”“~~삐리~~삐리~~삐삐리~~” 경고음이 이제는 거의 발악을 하는 것 같다. "이상하다!" 여기며 초인종 놀렀다.
집안에서는 수상한 아저씨가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오려는 줄 알고 모두 사색이 되었다가 모니터로 나를 확인 한 후 문을 열어 주었다.
겸연쩍게 현관문을 들어서며 비번 누르는 것이 고장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치 없는 초딩 4학년 아들이 당장 밖으로 나가서 확인했다. 문은 멀쩡히 잘 열렸다.
나중에 아들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살짝 물어봤다. “74248” 끝자리만 틀리기는커녕 전혀 다른 번호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기억했던 현관문 비번이 버뮤다 삼각지의 비행기처럼 한 순간 사라졌다, 아들이 알려준 비번은 계속 생소한 번호 같다. 그래서 또 잊어버리면 낭패일 것 같아서 핸드폰 메모 란을 열어 “74248” 문신 새기듯 또박또박 박아놓았다.
혹시 치매가 의심 되어 자가 진단 테스트해 보았다.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인가? “0000년 9월 16일” 현재 미국 대통령은?““바이든” 우리나라 대통령은?““윤석열” 50원짜리 동전 몇 개가 있어야 600원이 되는가?“ “12개” 아직은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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