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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고운구슬-명주(明珠)
에세이(경험글)

댄스 댄스 댄스

by 명주(明珠) 2024. 8. 24.

칠십 대 후반의 어머니가 백내장 수술을 하셨다. 식당을 오래 해서 그런지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 걸음을 시원하게 걷지 못하신다. 밤에는 특히 더하다. 두 번에 걸쳐 양 눈을 수술하셨다. 마지막 진료가 끝나고 사교댄스 교본을 사려고 하신다. 시골에는 큰 서점이 없으니 시에 나온 겸 서점에 들르자 하신다. 아니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이 무슨 댄스 교본을 찾으시냐고 했더니 아버지 돌아가신 후 집에 혼자 있기가 적적하여 교본을 보며 독학으로 스텝을 밟아보겠다 하신다. 댄스 교본을 사러 왕복 십 리인 읍내 책방을 가 이 잡듯 뒤졌는데 살 수 없었다 하신다.


노력이 가상해 함께 제일 큰 서점에 모시고 갔다. 중년 남성과 70대 할머니가 손잡고 지하 서점에 들어서는 그림부터 이상하다. 게다가 찾는 책이 사교댄스 교본. 어머니는 분명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인디아나 존스가 유물 찾아가듯 점원에게 달려가 교본 달라고 외치리라. 예상은 적중했다. 점원에게 가서 댄스까지 말하려는 입을 막고 소를 끌듯 어머니 손을 끌어 서점 중간 검색대를 향했다. 검색대까지 가는 4m가 왜 이리 멀지? 4m를 가는 동안 카멜레온 눈 돌리듯 눈을 휘둘러 교본을 찾았지만 실패.

키보드로 춤이라고 검색하니 없었다. 지르박, 차차차를 두드려도 없었다. 사교댄스로 검색하자 2권이 나왔다. 난관은 책 위치가 정확히 나와 있지 않았다. 실용서적코너라고만 써졌다. 그 코너는 로켓포처럼 지나온 점원 아가씨 왼쪽에 있었다. 다시 어머니 손을 잡고 그 코너를 갔지만, 게임용품과 만화책만 즐비하다. 아 댄스 교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어머니 손을 놓고 열심히 찾는 사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어머니는 점원에게 달려갔고 손쓸 틈도 없이 이미 묻고 계셨다. 아가씨는 우리를 이끌고 사교댄스 교본 앞으로 갔다. 교본은 컴퓨터 검색대를 지나 스포츠 서적 진열대에 있었다. 그것도 1단 책꽂이에 숨겨두어 온종일 찾아도 못 찾을 뻔했다. 집어 든 사교댄스 교본은 정장한 남녀가 다소곳이 마주 보며 두 손을 맞잡고 있는 그림으로 빼곡하다. 더군다나 검은색과 흰색발 그림이 군대 난수표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걸 보고 어떻게 스텝을 밟으실까?


댄스 교본을 손에 넣은 어머니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아이 표정을 하셨다. 어머니는 또 청산유수처럼 기도하는 사람이 부러운가 보다. 그래서 또 점원에게 물어 기도 책을 손에 넣으신다. 이제 우리 시골로 간다고 점원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개선장군처럼 나오셨다. 본가에 도착해 교본을 잘 보이는 장롱 위에 두려는데 아 디스코 교본 한 권 이미 거기에 누워있었다. 시골 서점에 사교댄스 교본이 없자 디스코 교본이라도 사 왔다 하신다. 무슨 댄스든 튼튼한 다리를 오래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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