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은 진화 과정에서 쓸모없어 퇴화한 흔적기관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맹장은
대장의 소화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갖가지 유익한 박테리아들이 죽거나 몸 밖으로 방출되었을 때 다시 만들어 보충해 주는 곳이라고 밝혀졌다. 또한 맹장은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장내 세균에게 피난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는 맹장이 없다. 입대하여 논산에서 신병훈련을 마치고 서울에서 2주간 후반기 교육을 위해 대기하던 대기병 시절이었다. 갑자기 식은 땀이 나고 오한에 구토에 배가 살살 아파왔다. 그러다 저녁 식사 중에 코피까지 나왔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군의관의 진단은 급성맹장염이었다.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했다. 후반기 교육 대기 장소가 서울에 있는 경복궁 근처였다. 그덕에 좋은 군병원에 입원하여 몇 시간 만에 수술을 마쳤다.
일주일 만에 퇴원하자 나는 어느새 대기병의 전설이 되어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장성급들만 갈 수 있는 병원이었다. 두 번째는 후반기 교육을 들어가 유격 훈련을 받다가 맹장이 터졌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시기가 천운이기 때문이다. 나의 맹장을 떼어낸 자국은 하나님이 도운 손길이 있었다는 흔적기관이다.
에세이(경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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