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빛고운구슬-명주(明珠)
에세이(경험글)

채변의 추억과 기생충의 힘

by 명주(明珠) 2024. 8. 24.

중고등학교 시절 우리 몸속에 있는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하여 변을 봉투에 넣어 제출했다. 봉투 입구는 실로 묶었는데 아무리 세게 묶어도 암모니아 분자를 비닐봉지 안에 가둘 수 없었다. 이 날은 향기가 교실을 진동했다. 그래도 점심은 없어서 못 먹었다. 떠오는 변의 크기도 다양했다. 콩 알만 한 것에서부터 오백 원짜리 동전크기 까지... 채변 마지막 날 깜박하고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은 몽둥이 세례를 피하기 위해 공동화장실에서 긴 막대를 이용해 남의 변을 떠서냈다. 이 친구는 나중에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까지 나와서 약을 한 주먹씩 받아 먹었다.
 
바다 달팽이가 기생충에 감염되면 매일같이 바위 위로 기어오른다고 한다. 배고픈 갈매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기생충에 감염된 바다 달팽이는 왜 이렇게 기를 쓰고 바위에 오를까요? 인생만사가 귀찮아서 일까요? 기생충의 최종 목적지는 바다달팽이가 아니라 갈매기의 뱃속에 들어가 번식하는 것이다. 기생충이 개미에게 들어가면 평소에는 풀숲 아래로 다니다가 풀잎 끝으로 기어오른다. 잎 끝에 있으면 양이나 소가 풀을 뜯을 때 장 속으로 손쉽게 들어간다. 개미 기생충의 최종 목적지도 초식동물의 뱃속이다. 멀쩡하게 물속에서 잘 살던 물고기도 기생충에 감염되면 자꾸 수면 가까이 올라가 왜가리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관찰하였다.
 
생물학자인 코스타리카의 에버하드 박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맵시벌 애벌레에게 농락당하는 거미의 운명을 소개했다. 맵시벌이 거미의 몸에 알을 낳아 애벌레가 자라기 시작하면 거미는 평소 그물모양의 줄을 만들다가 돌연 엑스자 모양의 그물을 만든다고 한다. 엑스자 거미줄의 강도도 강해서 어떤 바람에도 끄덕없다고 한다. 엑스자 그물을 다 만들면 애벌레는 거미를 잡아먹고 거미줄 가운데서 자라나 벌이되어 나온다. 사람도 기생충이 조정할까? 아니겠죠?

'에세이(경험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실종 사건  (0) 2024.08.24
의미없는 경쟁  (0) 2024.08.24
아파트 현관에서 쥐와의 조우  (0) 2024.08.24
사기, 지능범죄  (0) 2024.08.24
네와 너의 차이  (0) 2024.08.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