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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고운구슬-명주(明珠)
에세이(경험글)

고양이 탈출 소동

by 명주(明珠) 2024. 8. 26.

구조 경위

산책하며 고양이 사료와 츄르, 닭가슴 살을 던져주던 고양이가 있었다. 문제는 구내염을 심하게 앓았다. 츄르를 한 목음 먹으면 머리를 심하게 좌우로 흔들며 고통스러워 했다. 켁켁거리기도 했고 신음소리를 내었다. 늘 앓았기 때문에 얼굴을 항상 찡그리고 있었다. 병이 점점 더 심해가자 우리는 일주일만 아파트에 데리고 있으면서 구내염 약을 먹이고 다시 놓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아니라 2일 만에 다사 놓아 준다는 일은 불가능했다. 가족 구성원 모두 고양이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졌다. 집에 데려다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매우 잘생긴 고양이였다. 길냥이는 우리에게 존재만으로도 새로운 기쁨을 주었다.

탈출 소동

구내염과 씨름 하던 과정에서 방묘문을 설치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아파트 4층이다. 현관문이 있고 중간 문을 거쳐 거실로 들어오는 구조다. 방은 3개이다. 아이들 방2개 안방과 욕실 2개다. 여름이 되어 30도가 오르내렸다. 그동안 고양이가 탈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중간 문을 닫아 두었다. 그런데 열어야만 하는 더위가 찾아 왔다. 2미터의 방묘문을 설치한 다음날 아침 길냥이 오레오는 아파트 4층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시간은 새벽 6시 5분이다. 구내염 약과 보조 영양제 닥터콜을 억지로 먹이느라 1시간 동안 씨름하고 난 후 가족들이 모두 잠든 사이 탈출한 것이다. 30분 만에 쥐도 아니고 거대한 고양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4명의 식구들은 안방과 장롱 안, 화장실, 아이들 방 2개, 거실과 베란다를 이 잡듯이 10번은 뒤졌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파트 방 안에 없자 탈출했다고 확신했다. 하루 전 실치 한 방묘 문을 뛰어 넘어 자동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아파트 계단을 타고 1층 으로 또 자동 시스템으로 만든 1층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고 확신했다. 구내염을 앓는 고양이가 방묘 문을 뛰어 넘어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바늘도 아니고 고양이가 집안에 없으니 우리는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새벽 6시 반에 가족 구성원 4명은 아파트 밖에서 오레오를 찾기 시작했다. 4층에서 꼭대기 14층을 모두 뒤졌다. 마찬가지로 없었다. 아래로 4층 계단을 샅샅이 뒤졌다. 역시 없었다. 바로 아래층인 3층에는 더워서 그런지 현관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열어둔 3층 주인 아주머니에게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는지 물었는데 없었다고 했다. 만약 들어오면 위층에 연락을 달라했다. 아파트 1층 현관은 사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다. 이 문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가면 지하 주차장이 나온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자 지하 주차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은 열려 있었다. 우리는 지하 주차장으로 가 주차 된 차 아래까지 모두 뒤졌고 애타게 이름을 불렀다. 역시 없었다. 1층에 자동으로 열리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고 여겨 아파트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없었다. 혹시 2km 이상 떨어진 옛날에 자기가 살던 숲으로 갔을 것이라 여겨 거기까지 차를 타고 가보았으나 역시 없었다.
고양이 오레오가 없는 이후의 시간을 상상하니 마음에 고통과 슬픔이 밀려왔다. 구내염으로 이빨을 모두 뺀 고양이가 밖에서 적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 걱정은 더 커졌다. 결국 얼마 못 가 은신처에 숨어들어 죽음을 맞이 할 것을 상상하니 더욱 가슴이 먹먹 해 졌다.
우리는 찾다가 지쳐 고양이와의 인연은 오늘까지만 이었다고 여기고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내에 방송을 요청하러 관리 사무소에 갔다. 아침 7시50분 이른 시간이지만 가족과 같은 고양이라 생각하시고 방송 좀 해 달라고 청했다. 그동안 직원분은 주차이동 요청 방송은 해 봤지만 고양이 분실 방송은 한 적이 없어 매우 망설였다. 다시 한 번 간절히 부탁했더니 일단 아파트 현관 CCTV를 확인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몇 번을 돌려봐도 CCTV에는 우리 아파트 1층 자동 현관문으로 검은 고양이가 나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1층 현관문에 사람이 가면 자동으로 열리지만 고양이 크기가 가면 열리는 지 쿠션을 집어던지면 몇 번이고 실험도 해봤다. 그런데 큐션은 어느 순간에는 열렸지만 잘 열리지 않았다. CCTV로는 아파트 4층 계단을 내려와 현관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면 지하주차장으로 나갔다고 가정할 수 밖에 없었다. CCTV를 확인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반가운 전화가 왔다. 오레오를 찾았다.
수십 번을 뒤졌어도 없었던 오레오가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아들 방 옷장 깊숙이 들어가 잠을 자고 있었다. 아들 방문은 닫혀있었기 때문에 가족 모두는 베란다를 통해 창문으로 들어가 옷장으로 숨어들었을 것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곳은 대충 확인한 것이 실수였다. 우리는 오레오가 밖으로 나갔을 것이라고 확신하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가 불가능했다. 서로 서로 얼굴이 사색이 된채 허둥대기만 했다.

확증편향

집에서 상한 음식을 제일 발견하기 쉬운 곳이 어디일까? 냉장고이다. 우리는 냉장고 안이라면 반드시 음식이 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확신이 오히려 음식을 가장 많이 상하게 만든다. 광신자, 독재자 들의 특징은 자기만의 확신이 강하다.
인지 심리학에서 확증 편향(確證偏向)이 있다. 이것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존의 신념 혹은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로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여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근거 없는 확신은 일을 그르치기 쉽다. 기존의 가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반복해보는 과학자 적인 자세도 삶에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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