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된 교회에서 2박3일 수련회를 했다.장소는 평창국립 청소년수련관이다. 수련회 기간 내내 한 청년이 야외 레이크레이션과 실내 찬양을 인도하며 했던 유행어가 “네 진행이 매끄럽지 못합니다.!!”였다. 수련회가 끝났어도 이 멘트가 계속 입에 맴돈다.
2박 3일 교회 캠프에 참여하기 위하여 강릉에서 평창에 있는 국립평창청소년수련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1998년 11월 4일에 개원했다. 청소년기 연령대가 자연체험활동을 통하여 도전정신, 협동심, 공동체의식을 기르기 위하여 설립했다. 한국청소년진흥원 산하 특수법인이 운영한다. 부지면적은 약 47만 평에 건평은 2만 평이다.
강릉IC를 통과하여 영동고속도로 들어서 대관령을 넘어 해발고도 700m의 평창으로 향했다. 50 분 정도 걸렸다. 얼마 전 강릉에서 수련관 근처에 있는 평창 방림면 계촌으로 직장 근무지를 옮긴 같은 나이의 교우가 있는데 이 길을 매일 통근한다고 생각하니 고충이 크리라 생각했다.
수련관에 도착하자 정문 수위실에서 나와 깎듯이 경례를 해주신다. 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하는 수련관 세미나장으로 향했다. 세미나장 입구부터 건물 주변으로 산나물이 깔렸다. 깊은 산속 소나무가 많은 지역에 많이 자라는 나물 참취다. 나는 산나물 중 참취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물에서 향기가 난다. 곤드레는 식감만 부드럽지, 맛은 참취를 따라가지 못한다. 음식도 앞에 원조, 참이 붙으면 알아주지 않나? 본능적으로 뜯어 담으면 한 자루는 될 듯했다. 어차피 비전문가들이 볼 때는 풀에 불과하지 않나? 주최 측에 뜯어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안된다. 국립수련관이어서 국가의 재산을 함부로 뜯었다가는 쇠고랑을 찰 수 있다.ㅡ국립공원 관리법에는 3년이하 징역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ㅡ 이파리 몇 개만 뜯어 냄새 맡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국립평창청소년수련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가는 본관 정문에 디지털 전광판에 환영 문구가 떴다. 우리 교회 사람을 환영한다는 문구는 아니고 정부의 한 부처 차관님의 현장 방문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2박 3일 내내 걸렸다. 현장 방문이니 아마도 감사 차 들르나 보다. 어디를 가나 감사가 모두를 긴장 시킨다.
내가 머물 방은 별빛동 315호실 2층이다. 방 내부 지붕에 밤에 별을 볼 수 있게 가로세로 1m의 큰 창이 있어 별빛동인가 보다. 그런데 흐려서 별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으로 아침에 빛이 쏟아져 들어와 숙면에 방해된다는 분들도 있었다.
50대 후반 대 나이 6명의 남성교우들을 315호 방에 배정했다. 아래층 한 분은 오십 대 나이를 벗어나고 1년밖에 안 되었는데 60대 방에 배정하여 막내 노릇 하느라 고충이 많다고 했다.
318호 방 멤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2일 차 2시부터 6시까지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내냐였다. 수련관 밖을 나가면 평창강이 흐르고 있다. 50대 중반 형제들은 이곳에서 반두로 물고기를 잡을 예정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주모자는 어릴 적 민물고기 잡이 경험이 있는 나였다. 그런데 일기예보에는 강수확률이 80%였다. 요즈음은 슈퍼컴퓨터로 기상을 예측하여서인지 정확하다. 그래서 물고기잡이는 사전에 포기했기 때문에 반두도 준비하지 않았다. 방에 누워 지붕창을 통해 하늘을 보며 빈둥거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비가 오지 않았다. 50대 4명이 의기투합하여 평창강으로 향했다. 물고기 잡는 도구 반두를 먼저 사야 했다. 장평에서 가장 큰 철물점에 들렀다. 반두 달라고 하니 사장님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물고기 잡는 흉내를 냈더니 아하 족대라고 하면서 철물점 2층 구석 깊은 곳에서 족대 한 개를 찾아왔다. 문제는 가격이 얼마인지 몰랐다. 사장님은 가격표가 있는 카탈로그를 계속 찾았다. 앞뒤 좌우 책장 등을 뒤졌다. 시간이 1분, 5분, 10분, 15분이 지났다. 사장님은 끈질기게 카탈로그를 여기저기 찾았다. 찾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FM형 사장님이었다. AM 형인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래봐야 만원 내외인데 대충 쿠팡에서 검색하여 가격을 부르면 될 것을 사장님은 끝까지 카탈로그를 찾았다. 좀 더 참을성이 많은 분이 끈질기게 서 계시다 20분 만에 결재를 받고 나왔다. 사장님 왈 족대가 1년에 1개 정도밖에 안 팔려서 카탈로그를 찾지 못한다고 했다.
수련관 정문에서 5분을 내려가니 평창강이 나왔다. 평창강은 금당계곡에서 발원하여 용평에서 봉평, 대화, 방림, 평창읍을 거쳐 가는 강이다. 금당은 금당산 기슭을 흐르는 계곡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평창강은 약간 오염이 되기는 했지만, 다슬기도 있고 물고기도 살았다. 한 마리도 못 잡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많이 잡았다. 뚜꾸, 쉬리, 탱수, 모래무치, 미꾸라지 등등 많이 잡았다. 운동화가 젖을 까봐 모두 양말만 신고 돌밭을 걸으며 반두질을 하느라 고통이 컸다. 그래도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 잡을 때마다 청소년으로 돌아간 듯 비명을 질렀다.
평창강에서 잡은 민물고기
자전거탄 풍경의 보물이라는 노랫 가사처럼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말뚝박기 망까지 말타기/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좁은 골목길 나지막한 뒷산 언덕도/매일 새로운 큰 놀이터/개울에 빠져 하나뿐인 옷을 버려도/깔깔대며 서로 웃었지”처럼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청소년수련과 설립목적이 “청소년기 연령대가 자연체험활동을 통하여 도전정신, 협동심, 공동체의식을 기르기 위하여 설립했다.”였다. 이 목적을 바꾸면 50 후반 아저씨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반두로 물고기를 한 마리 두 마리 잡으며 도전정신, 협동심, 공동체의식 마음껏 함양하는 시간이었다.
잡은 물고기는 전시용으로만 쓸려고 했는데 한 분이 정성껏 손질하고 시내에서 양념까지 조달해 주어 매운탕이 탄생하였다. 매운탕은 315호 방 야식의 별미역할도 했다. 나이가들수록 아무걱정없이 어릴적 했던 놀이들이 즐거움을 준다.
국립평창청소련수련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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