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고양이를 만지고 쓰다듬게 해 준 길고양이들"
우리동네에서 700미터를 가면 도로 3거리 사이에 작은 숲이 있다. 여기에 치즈와 오레오가 산다. 오레오는 무늬가 투톤으로 턱시도 코숏 냥이어서 오레오로 지었다. 치즈는 색깔 그대로 치즈색이라 치즈라 지었다. 치즈는 숫놈이 분명한데 오레오는 구별이 어렵다. 성별이 궁금하고 둘의 관계도 궁금했다.이들은 산책하는 사람들이 준 사료를 먹고 산다. 근처 사람들에게 치즈와 오레오에 대하여 물었다. 집냥이는 아닌 정도만 얘기해 준다. 이들은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달라붙을 정도로 개냥이 이다. 이들은 우리에게 난생 처음으로 고양이를 만지고 쓰다듬게 해주었다.
추운 날도 눈오는 날도 숲 앞에 엎드려 있는 이들이 안타까워 잠자리를 호텔급으로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밥자리도 놓았다. 얼마 가지 않아 밥자리는 없어졌다. 주변 하수구에 버려져 있었다. 길고양이 밥주는 걸 싫어하는 이들이 있다. 이 둘은 누워서 배를 보이는 행동만 안했지 온몸으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핫팩도 2개씩 넣어주었다. 치즈는 성격이 활발하다. 행동반경도 넓다. 오레오는 불행하게도 구내염이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우리는 따뜻한 물로 습식사료를 만들어 주었다. 구내염 약과 면역력 강화제를 츄르와 닭사료에 섞어 먹이는데 차도가 있었다 없었다 한다.
치즈와 오레오의 관계는 오레오가 리더 인듯하다. 그런데 얼마 전 치즈가 감쪽 같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늘 오레오와 대나무 숲 앞 따뜻한 곳에 앉아 우리를 기다려 주었는데 이제는 구내염을 앓고 있는 오레오만 있다. 처음 오레오는 우리가 만들어 준 잠자리에 들어가지 않다가 캣 닢 가루를 뿌려 주었더니 들아가 산다. 사라진 치즈는 금방 나타날 줄로 기대했는데 사라진 지 3주일이 넘었다.
구내염이 심한 오레오의 사연
오레오의 구내염이 더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자 동물병원에 데려가려고 캣가방을 준비해 갔다. 하루 종 일 눈이 내리는 날이다. 그런데 마련해 준 잠자리에 오레오가 없다. 눈과 진눈깨비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 어디로 사라졌을까? 병세가 심하여 아무도 모르는 은신처에 숨어들었나 하는 안좋은 생각도 들었다. 애타게 부르며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이때 숲 옆을 산책하며 2년 동안 보아 왔다는 젊은 캣맘을 만났다. 젊은 캣맘 덕분에 치즈와 오레오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오레오는 어릴 때는 집냥이었다. 숲과 붙어 있는 할머니집으로 오기전까지는 집에서 안락하게 귀여움 받고 살았다. 그 집 아이가 태어나고 사고가 일어났다. 오레오가 냥펀치를 휘둘러 아이를 공격했다. 주인은 특단의 조치로 오레오를 할머니 집에 보냈고, 할머니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길냥이가 된 것이다. 치즈는 그런 오레오 곁에 갑자기 나타난 어린 길냥이다. 치즈 어미가 오레오 옆에 버리고 갔다고한다. 처음에는 오레오가 매우 경계하고 싫어 했는데 차츰 받아들이고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변했다. 그런데 치즈까지 없어 졌으니 스트레스로 오레오는 털도 빠졌다.
젊은 캣맘은 우리가 만들어 준 잠자리에 없어도 기다리면 나타날 거라했다. 그의 말대로 뒤늦게 오레오는 나타났다. 포획하여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오레오는 놀라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음성으로 보내줘를 외쳤다. 진찰을 받을 때는 순순히 따랐다. 의사는 오레오가 숫놈이고 3년된 냥이라 했다. TNR도 받았다. 진료결과 진드기가 있어서 퇴치 연고를 받았고, 하루 두번 먹이는 구내염 약도 2주치 처방받았다. 진료비는 10만원이 들었다. 예상보다 많았다. 오레오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여 숲 옆을 산책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계속 선물하기를 바란다. 자신을 잠시 포획해 병원 데려갔다고 우리를 미워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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