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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고운구슬-명주(明珠)
에세이(경험글)

혀가 웅덩이에 빠진 날

by 명주(明珠) 2024. 8. 24.

피는 어떻게 상처를 낫게 하는가? 제일 먼저 피 안의 응고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서 굳는다. 굳으면서 구멍 난 상처를 틀어막아  더 이상 병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한다.  다음 차례는 몸 안의 병균을 처치해야한다. 병균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첫째 방법은 화염방사기를 발사다. 상처주위에 열을 내는 인자를 보내 열이 나도록 하여 병균이 열에 취해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한다. 상처 난 주위가 후끈후끈 거리는 것은 이런 현상 때문이다. 다음은 상처 주위의 세포들이 한 몫 할 차례이다. 세포에서는 류코탁신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병균과 한 차례 전쟁을 치를 백혈구 들이 혈관을 자유롭게 통과하여 적에게 달려가도록 길을 만든다. 마찬가지 원리로 백혈구들이 비상소집 되어 상처 난 손가락 주위로 모여든다. 백혈구 중 호중구가 병균과 2-3일 백병전을 치른다. 백병전 결과 세균과 같이 죽은 시체가 고름이다. 백병전 중에 상처 난 주위 세포가 병력 요청을 하여 달려오는 혈구 중 단구가 있다. 단구는 쓰레기 청소차 역할을 한다. 상처 난 세포에 도착한 단구는 흐물흐물 거리는 아메바 세포같이 변하여 세균과 고름을 잡아먹으며 깨끗이 청소한다. 이를 식균작용이라 한다.
청소한 다음 생장 호르몬을 분비하여 없어졌던 실핏줄을 만들고 상처 겉 부분은 딱지가 않게 하고 동시에 새살이 돋아나 상처가 아문다.
어금니 하나가 흔들려 치과에 갔다. 사랑니까지 3개를 더 빼서 도합 4개를 발치하란다. 사랑니와 어금니가 한꺼번에 빠지니 입속에 큰 웅덩이가 생겼다. 밥을 먹다 보면 혀가 무심코 이 웅덩이에 빠졌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면 윗니가 내리 눌러 혀가 자주 상처를 입었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혀를 문적이 몇 번 있다.
하루는 저녁 식사 도중 도가 지나 쳤다. 혀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드라큐라 같이 되었다. 급히 약국에 가서 구강 연고를 발랐더니 2시간 만에 지혈이 되었다. 혀는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기관이다. 새벽 3시쯤 지혈했던 혀가 잠결에 또 웅덩이에 빠졌나보다. 지혈 됐던 피가 입속에 가득 고여 잠을 깼다. 새벽의 유혈 사태는 연고를 계속 덧발라도 멈추지 않았다. 카멜레온 먹이 잡을 때처럼 소파에 앉아혀를 밖으로 내밀고 공기를 최대한 많이 쐐어 지혈을 시도했다. 1시간이 넘게 카멜레온 혀 전법을 써도 피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1339로 전화해 자문을 구했다. 응급실에 가보란다.
응급실에 갔다. 드라큐라 같은 입과 어눌한 발음으로 간호사, 의사에게 4번을 자초지종 말한다. “어제 저녁 먹다가... ... 혀가 웅덩이에 빠졌는데...... 연고 바르고.... ...잤는데 피가 멈추질 않아서 여차여차 해서 자문을 구한 후 응급실에 오라해서 왔다.” 접수하는 분에게, 간호사님에게, 그다음 2분이 더 물었다. 종이에 써 갈걸. 진단 결과는 이제 지혈이 다 되가는 상태이고 지혈제와 항생제를 처방해 준다고 했다. 그리고 혀는 아주 잘 낫는 기괏이라 안심시킨다. 계속 피가 멈추지 않으면 치과로 가라고 했다. 꼭 있어야 할 곳에 없는 한 개의 어금니가 이렇게 불편을 초래할 줄은 몰랐다. 몇 일 간은 혀가 웅덩이에 또 빠질까봐 죽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으며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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