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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고운구슬-명주(明珠)
에세이(경험글)

점점 조여 오는 허리 띠 탈출기

by 명주(明珠) 2024. 8. 24.

허리띠는 구멍이 여러 개 있어서 자기 사이즈 맞는 구멍에 끼워 채우는 허리띠와 벨트 안쪽에 톱니처럼 생긴 레일이 있어 거기에 걸어 길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벨트 있다.
 
허리띠는 고장이 잘 나지 않는데 십여 년을 썼던 자동 허리띠가 말썽이다. 레일 부분이 닳아 저절로 풀린다. 바지가 내려가 끌어 올리는 횟수 잦다. 과감히 이별하고 마트에서 비싼 것 하나 그 한 단계 아래 가격으로 하나 두 개를 샀다.
 
맨눈으로 보기에는 성능에 차이가 없었다. 허리띠는 길게 나오기 때문에 가위로 잘라 조절한다. 내 허리에 맞게 조절하려고 성급하게 싼 허리띠를 착용했는데 실수였다. 푸는 법을 모르겠다. 매기 전에 푸는 법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버클을 비틀고 두드려도 풀리지 않았다. 고리를 당겨도 눌러도 들이밀어도 안 된다. 힘으로 당겨 강제로 빼려 해도 안된다. 급기야 언제 긁혔는지 손가락에 피도 보였다.
 
그러면서 띠가 점점 안쪽으로 한 칸 한 칸 조여져 숨이 막혔다. 비상 탈출을 위해 가위로 자르고 나왔다. 이러기를 두 번 했다. 세 번째는 철저하게 푸는 방법을 연습하고 다시 맺다. 그런데 아쉽다. 허리띠가 너무 짧아졌다. 비상 탈출하느라 너무 많이 잘라 냈다. 아예 차지 못 할 정도는 아닌데 제일 끝에 걸어도 허리가 너무 조인다. 눈물을 머금고 쓰레기통으로 이동시켰다. 두 개 산 걸로 위안 삼았다. 새 허리띠는 매기 전 푸는 방법을 먼저 익혀야 한다. 그냥 매다 자칫 질식사 위험이 있다. 바지처럼 허리띠도 규격에 맞추어 생산하고 풀고 매고 조절하는 설명서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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