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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고운구슬-명주(明珠)
에세이(경험글)

[하얀 리본] 영화 감상기

by 명주(明珠) 2025. 1. 30.

하얀 리본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으로 200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BBC가 21세기 위대한 영화로 선정한 100편중 18번째를 차지한 영화다.  하얀 리본 영화는 평범한 직장인이 킬링 타임용으로 보기엔 재미가 없다. 독일의 나찌즘이 나타나게 된 배경을 그렸다고 평한다.

우리나라에서 시대상을 비유한 영화는 이문열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5,6공 시절 권위주의적인 시대상을 엄석대라는 아이가 힘으로 교실을 장악하고 붕괴되는 과정을 그렸다. 물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훨씬 더 재미있다.

하얀 리본이란 제목은 영화에서 엄격한 목사의 자녀들이 저녁 늦게 들어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그 해가 다 가기 까지 하얀 리본을 묶고 살게 한다. 또 목사의 아들은 밤에 죄를 짓지 못하도록 침대에 하얀 리본으로 두 팔을 묶고 잠을 자게 하는 도구로 사용한다.제목은 여기에서 따왔다.
 
영화는 1913년에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해 보이는 독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배경이다. 화자는 이 마을에 온 31살의 선생님이다. 그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선생님은 마을의 50%의 사람을 고용한 남작의 아들을 돌보는 보모로 채용되었다가 잘리는 17살 소녀를 사랑한다.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첫 사건은 의사 낙마 사건이다. 의사가 말을 타고 마을에 들어오다 누군가 쳐 놓은 줄에 말의 다리가 부러지면서 넘어지자 의사가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다. 의사는 죽지는 않고 중상을 입고 외부지역 병원으로 실려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는 남작의 소작인으로 일을 하던 한 중년 여성이 창고에서 썩은 나무를 밟아 지하실로 떨어지면서 목숨을 잃는다. 남작의 어린 아들은 엉덩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 맞은 채로 발견된다. 여성의 남편은 이로 인해 자살하고 중년 여성의 아들은 이 불행이 남작 때문이라고 그의 양배추 밭을 엉망으로 만든다.

의사와 함께 산파노릇을 하는 여성이 있는데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을 두었다. 이 아들의 눈을 파내는 엽기적인 사건도 발생한다. 창고에 불도 난다.

관객은 과연 이런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범인이 영화가 끝날 때쯤은 밝혀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지만 끝까지 범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가를 추적하다 보면 범인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을에서 가장 악한 사람은 의사다. 의사는 마을의 건강을 돌보는 가장 인자하고 생명을 존중해야할 지도층이다. 그런데 그는 고용한 산파와 불륜관계이다. 이들의 불륜관계로 인하여 부인도 죽게 된다. 산파의  장애 아들은 이들의 불륜관계로 태어난 아이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의사는 딸까지도 성폭행하는 막장인간이다. 나중에는 산파도 못생기고 늙었다고 쫓아낸다.
 
이 악에 대한 심판은  의사에게 직접 가해졌다. 그러나 의사는 죽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악행을 계속한다.
 
두 번째는 남작과 남작 부인에 대한 위해가 가해진다. 이들에게 직접 위해가 가해지지 않고 남작의 아들에게 가해졌다. 이들은 마을의 반을 소작농으로 두고 부를 독점한다. 남작 부인은 이유 없이 고용한 사람을 잘라버린다. 바로 이 남작의 아들이 엉덩이에 피가 나도록 두들겨 맞은 채로 발견된다. 남작 부인은 무서워서 못살겠다고 아들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세 번째는 목사다. 목사는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남작이라는 권력에 기대는 모습을 보인다. 목사의 문제는 아이들에게 지극히 권위적이고 또한 폭력적이다. 저녁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다음날 10대 이상의 매질을 한다. 이것이 두려워 아들은 자실을 시도하기도 한다. 학교에 설교하러 갔는데 딸이 단지 떠들었다는 이유로 따귀를 때리고 교실 뒤에 벽을 보며 세워 놓는다. 딸은 벌을 받다 쓰러지고 목사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새를 잔인하게 죽여 책상에 올려놓는다.
 
영화에는 아이들이 많이 나오지만 하나같이 표정이 어둡다. 아이 본연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권위적이고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어른들 틈 사이에서 노심초사하며 살아간다. 가장 아이 다운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목사의 막내 아들이다. 다친 새 한 마리를 끝까지 돌보게 해달라고 아버지에게 애원한다.

영화를 유일하게 밝게 해주는 것은 화자인 선생님과 남작의 보모였던 어린 여성과의 사랑이다. 그 녀의 아버지는 17살 딸과 31살 선생님과의 결혼은 마치 아버지와 자녀와의 결혼 같다고 빈정대다 1년 후에 결혼하도록 독단적으로 말한다.
 
이렇게 억압적이고 지극히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어른들에게 미스터리한 사건을 저지르며 저항하는 것은 아이들임을 추측할 수 있다.

한 아이가 꿈 꾼일이 현실로 일어난다고 하자 유일하게 범인으로 몰리고 경찰이 심문한다. 경찰의 심문도 비논리적이고 강압적이고 협박으로 일관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의사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그게 실패하자 오히려 의사와 남작과 산파와 남작 부인과 연관이 있는 약자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저항이 표출된다. 아이들의 표출 방식도 정의롭지 못하다. 하얀리본은 순결과 순수를 상징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을 억압하는 족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장애아의 눈을 빼고 난 자리에는 출애굽기20장5절이 경고성으로 적혀있다. "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비로부터 아들에게로 삼 사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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