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프롬이 쓴 데미안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이다. 자신 내면의 힘을 제한시키지 말고 ,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라는 뜻이다.
마당이 있는 집 드라마를 보고 약간 억지스럽긴 하지만 위 구절이 생각났다. 드라마에서 문주란(김태희역)은 남편이 쳐둔 울타리 안에서 추상은(임지연역)은 가정폭력에 무뎌진 채 살아가다 마침내 벽을 깨고 나와 "나 자체로서의 삶"을 되찾는 과정이 그려졌다.
문주란은 박재호라는 소아과 병원장 남편을 만나 마당이 넓은 그림 같은 집에 산다. 중학생 아들 승재도 있다. 그러나 넓은 마당을 마음껏 밟아 보지도 못하고 커다란 통유리 안에 커튼을 치고 갇혀서 산다. 이유는 박재호와 함께 여행을 가느라 자신의 원룸을 봐주던 언니가 성폭행을 당하고 목 졸려 살해된 일로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언니는 현재 남편 못지않게 의존하여 살았다. 주란은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 속에 우울증은 물론 환청이 들려 약을 먹으며 지낸다. 그러다 마당에서 썩어가는 시체를 발견하고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의사 남편 박재호는 독특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능력 있는 완벽주의자다. 나는 드라마에서 최고의 악인으로 그려졌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보았다. 마당에 시체는 성매매 청소년이었던 이수민이다. 부인이 시신을 발견하자 장갑을 잘못 본 걸로 속이고 야산으로 시신을 옮긴다. 박재호의 아이를 갖은것처럼 속여 마당이 있는 집을 차지하려던 이수민을 아들 승재가 계단으로 밀쳤다. 죽은 줄 알았던 이수민은 다시 깨어났고 박재호는 목 졸라 살해한다. 그것은 자신의 성매매 부정을 덮으려는 의도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주차장에서 박재호의 차에 부딪쳐 일부러 넘어지고 일으켜 달라하는 이수민에게 "너희 같은 것들 태어나지 말지 그랬냐."는 멘트를 날린다. 이수민을 죽인 이유는 그런 류의 인간을 살려 두면 계속해서 귀찮게 기생충처럼 달라붙기 때문에 아예 싹을 자르려는 의도였다. 부인도 자기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도록 철저히 지배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김주란과 완전히 반대 환경에서 살아가는 추상은은 지속적으로 때리고 협박하는 남편의 지배 아래 짐승 같은 삶을 살아간다. 이혼을 결심했으나 성폭행으로 인해 아이가 들어서 임신 5개월이다. 남편 김윤범은 제약회사 팀장이었다가 한 달 전에 해고당한다. 부수입으로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과 협박으로 '벌을 준다'는 명목 하에 고위층 인사들의 돈을 뜯고 다니는 인물이다.
주란과 상은 두 여인은 환경은 다르지만 갇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라마는 둘 다 같이 맨 명품 스카프로 이를 표현한다. 스카프는 끈이다.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에 맞게 드라마에서는 함께 공조한다. 추상은은 마당이 있는 집에 갇혀 살아온 주란의 집 통유리를 박살 내며 도움을 요청한다.
주란은 언니의 죽음과 공포로 인한 인생의 불안에서 상은은 남편의 가정폭행, 가난등으로 인한 인생의 불안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인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드라마는 끝난다. 큰 성벽처럼 이들을 둘러 막고 있는 남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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