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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고운구슬-명주(明珠)
유익한 일반상식

아파트 누수와 생활 중 보상책임 보험

by 명주(明珠) 2024. 8. 26.

두 번째 누수

물이 또 샜다. 아파트 베란다 보일러실 쪽이다. 문제는 “또” 라는 데 있다. 2년 전 물이 샜었다. 시즌 1이다. 이 때는 거실 주방에 물이 새 첫 번째 누수 업체를 불렀다. 하루 종일 작업했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여기저기 빵꾸만 뚫어놓고 죄송하다하고 돌아갔었다. 두 번째 부른 누수업체에서 문제를 해결했었다. 물론 거금을 투자했다. 그래도 일곱 자리 금액은 아니고 여섯 자리였다.
 
올 해 다시 샌 물을 닦아 냈다. 다음 날 또 샜다. 2년 전에 두 번째 부른 업체를 또 불렀다. 이번에는 일곱 자리 금액이 들었다. 누수업체는 희망을 주고 갔다. 우리가 든 웰빙건강 보험에 보상이 가능한 항목이 있단다. 지난번에 못타 먹은 것은 우리가 너무 티미하게 항의를 했기 때문이란다. 자존심이 상했다. 사무실을 찾아가 책상을 발로 차고 서류 아래에 만 원 짜리 몇 장 깔고 들이 밀어야 안 되는 일이 되는 시대는 지났지 않은가? 그래도 엎었어야 했나? 요즈음은 다 온라인으로 처리하여 사무실이 어딘지도 모른다.

일상생활 중 배상 책임 보험 약관


보험약관을 보니 일상생활중배상책임이란 항목이 었다. 법률용어 같은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피보험자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주택의 소유, 사용, 관리 또는 일상생활 중에 기인한 사고로 타인의 재물손해에 대한 법률상의 배상책임 발생 시 장장 아홉 자리 금액, 1억 한도에서 보상해 준단다.
 
이번엔 단단히 화를 내겠다고 마음먹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가 받기까지 산 넘고 물 건너야 했다. 우선 이유 없이 화를 내면 녹음하고 처벌된다는 멘트부터 나왔다. 그리고 오지 선다 형 시험 문제 풀 듯 1에서 5번까지 버튼을 누르라했다. 직원연결은 마지막 9번 이었다. 전화 대기자가 3명 이어서 음악을 몇 번 들은 후 연결되었다. 산 넘고 물 건너느라 정상까지 올라갔던 화는 이미 평지를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고객을 사랑한다는데 어찌 대뜸 화를 내랴!
 
결론은 보상이 불가능 했다. 아파트 아랫집에서 천정에 물이 샌다고 항의가 있었어야한다. 그것도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한다. 아래층에서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피해 신고하였고, 신고 받았다는 내용이 아파트 관리 일지에 있어야한다. 물론 아래층에 물이 샌다는 증거 사진도 필요했다. 보상받으려면 아래층에서 물이 샐 때까지 오래 기다렸다가 마침내 물이 새면 수리해야했다. 물이 샐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사하면 더 큰 돈이 더 들어가니 미리 수리하여 보험사의 보상 금액을 아껴줬으니 보상이 안 되겠냐고 묻자 안 된다는 답변이다.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  17년을 물 붓듯 매 달 보험금을 부었는데 약관  규정에  부적합하여 일상생활중 배상의 물은 나오지 않았다. 21세기에 화를 내어서 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누수업체도 위로 차원에서 하는 이야기이리라.


 두 번째 수리 후 물이 또 새다


몆 주 전 두번째 업체가 수리하고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물이 또 샜다.   일곱자리 금액을 투입했는데도 물이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샜다. 아 물물물! 누수 누수 누수!  또 업체를 불러야 하나? 업체를 부르기 무서웠다. 물이 콸콸콸 새면 원인을 금방 찾는다. 하룻밤 사이에 고양이가 오줌 서너 번 싼 만큼만 샜다. 아내가 물이 새는 곳을 찾아 글루건을 쏘았다. 물은 글루건도 비웃듯 또 샜다.
 
직장에서 퇴근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누수 지점을 직접 찾기로 했다. 베란다 보일러실 주변 배관은 거미줄처럼 엉켜있었다. 오십 평생을 인생의 거미줄 위에서 버텼는데 이 문제 하나 못 풀어내랴는 마음으로 덤볐다. 업체는 보일러에서 나와 베란다 바닥으로 연결하여 거실과 방으로 연결한 동관을 잘라 막고 플라스틱 관으로 우회하여 들어가게 해놨다. 먼저  물이 흥건한 바닥을 깨끗이 청소했다.

물이 시멘트 바닥을 뚫고 나오는 것이냐 아니면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냐부터 밝혀야 했다. 일단 검은 비닐봉지를 바닥에 깔아 베란다 바닥과 위를 차단하고 하룻밤을 보냈다. 물이 검은 봉지 위에 흥건했고 바닥은 말라있었다. 바닥은 아니었다. 다행이다. 안 그러면 바닥을 다 뜯어야 했다. 그럼 위쪽 배관 연결 부위였다. 고양이 오줌만큼만 물이 새니 마냥 어디서 떨어지는 지 기다릴 수 없었다. 새벽에 비닐 위에 툭툭 물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스마트폰 전등을 켜고 대장 내시경 하듯 배관 주변을 뚫어지게 살폈다. 드디어 원인을 찾았다. 두 개의 파이프를 연결하는 배관 나사에서 샜다. 몽키 스패너로 배관나사를 돌리려 했다. 크기가 맞지 않았다. 나사가 스패너보다 더 컸다.

하루가 지나 정오쯤 다이소로 향했다. 두 번 걸음하지 않으려고 배관 나사 크기를 재어갔다. 이오 요구르트 병마개로 쓰는 은박지를 고이접어 딱 맞는 크기로 만들었다. 다이소에 갔더니 무게로는 돈 만원은 훌쩍 넘을 것 같은 몽키 스패너 가격이 오천 원이었다. 그래서 다이소 인가? 죽여주는 가격. 물이 더 이상 안 새 리라 예상하고 파이프 보온재까지 사왔다.
 
아파트에서 걸어서 왕복 40분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다이소까지 운동겸 걸어갔었다. 돌아오는데 바람이 불어 길이 1미터가 넘는 마감재 6개를 레슬링 선수가 연습용 더미를 안고 오듯 하며 와야 했다. 연결부위를 돌리고 흰 방수 테이프를 감고 다시 배관 나사를 힘껏 조였다. 계속 헛돈다. 나사가 틀어진 방향을 살폈더니 반대로 돌려서 헛돌았다. 선풍기 날개 조일 때 빼고 왼쪽은 풀림 오른쪽은 잠김. 다시 조인 후 12시간이 지났는데 물이 더이상 새지 않는다. 하룻밤 자고 일어났는데 바닥이 말라 있었다.

수리 전
수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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