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쌓인 화가 폭발하는 경험을 한다. "
수십년 전 고등학교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복을 입던 시절 겨울에는 추워 겉옷을 입었다. 기술 선생님은 그것이 싫었던 지 학생들에게 겉옷을 벗으라 했다. 제일 뒤에 앉았던 한 친구가 벗지 않았고 수업을 시작했다. 5분 후에 친구는 불려 나왔다. 시계를 푼 선생님은 그야말로 무차별 폭행을 시작했다. 따귀부터 시작하였다. 마대자루로 엉덩이를 때렸다. 그것이 부러지자 나무의자 까지 들고 때렸다. 그 친구는 참했다. 분명 겉옷을 벗지 못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감기가 걸렸을 지도 모른다. 우린 공포 속에서 생각했다. 선생님이 아침에 부부 싸움을 했을 것이다. 그 화를 저 친구에게 쏟아붓는 것으로 보였다.
누구나 가슴에 쌓인 화가 폭발하는 경험을 한다. 그것이 엉뚱한데로 흘러가 큰 갈등을 유발한다. 우리 사회에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분노범죄가 문제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남녀 주인공이 각자 자기 삶에서 머리 끝까지 차올랐던 분노가 운전을 하다 서로 접촉 사고가 날뻔한 상황에서 폭발하고 만다. 두 사람은 거리 추격전부터 시작하여 오줌테러, 사업체 디스 별점테러, 아이 납치 소동으로 이어지며 얽히고 섥힌다.
성난 사람들은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을 달성했다. 그리고 곧이어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8관왕을 했다.
원제는 beef로 싸움, 갈등, 충돌 등의 단어로 쓰는 속어이다.
극중 가난한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의 풍요를 부러워하자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사라져”라며 “인간은 자기 꼬리를 먹는 뱀일 뿐”이라고 한다. ‘겉보기엔 성공했지만 그러느라 자기 삶을 갉아먹었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뱀 우로보로스 이야기를 인용한다. 마지막 10화의 제목이 '빛의 형상’이다. ‘깨달음은 빛의 형상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어둠을 알아차림으로써 온다.
남자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수리공으로 심부름 센터같이 돈을 벌기 위해 정원수 가지치기 같은 잡 일도 하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계속 풀리지 않는다. 부모님의 모텔사업은 사촌형의 범죄로 망한다.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이민 왔던 부모님은 꿈을 접고 한국으로 가 일을 한다. 남동생과 둘이서 살게된 주인공은 가장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돈 없고, 일은 꼬이고, 답답한 상황에 화로를 구입해 자살을 시도하였지만, 자살마저도 실패한다. 화로를 환불하러 마트까지 갔지만 영수증이 없어서 망신만 당한다. 화난 기분으로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도중 하얀 SUV를 끄는 여주인공 차와 충돌할 뻔 한다. 여주인공이 미친듯이 경적을 울리고 손가락욕까지 하자 분노의 추격전을 시작한다.
여주인공은 베트남-중국계 미국인이다. 일본계 미국인 2세인 남편과 사이에 딸을 두고 있다. 자수성가로 성공한 사업가로 수년을 고생한 덕에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 그녀는 일과 삶에 지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사업체를 매각하려고 몇 년째 협상 중이지만, 갑질만하고 사지는 않는 갑부에게 화가 나 있다. 예술가 집안의 2세인 남편은 사람만 좋지 경제적으로는 무능하다. 시어머니는 보잘것 없는 집안 출신의 자신을 은근히 무시한다. 협상이 또 결렬되자 화난 기분으로 마트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남자 주인공의 트럭과 충돌할 뻔한다. 그 트럭에게 경적을 울리며 손가락 욕을 먹이자 추격전을 시작한다.
화가 엉뚱한 곳으로 분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화가 적당히 분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극중에 남자 주인공이 가슴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꾸역꾸역 패스트 푸드를 먹는 아니 구겨 넣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화를 참고 있는 주인공을 잘 묘사한 장면이다.
둘의 추격전은 마지막에 같이 낭떨어지로 떨어지면서 끝이 난다. 이후에 사경을 헤매며 서로 살아남기 위해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 둘은 배고품에 열매를 잘못먹어 속에든 모든 것을 토해 낸다. 마치 그동안 내면에 켜켜이 쌓였던 분노를 다 쏟아내듯이... ... 여주인공의 남편의 총에 맞아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 주인공의 품에 여주인공이 안기고 사경을 헤매던 남자의 오른손이 살짝움직이며 여주인공을 안아 주려는 장면으로 드라마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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