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강가에 살 때 물고기 낚시하느라 지렁이 많이도 잡았다. 눈이 퇴화된 탱수라는 물고기는 낚시 줄을 위에서부터 물고 낚시 바늘까지 내려가 지렁이를 먹을 정도로 좋아했다. 땅속 생물 전체 무게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두더지 아닙니다. 지렁이 이다. 지렁이라는 이름은 땅의 용이란 뜻의 地龍에 접미어'이'를 붙였다. 2004년에 지렁이는 한국 축산법에 가축으로 지정한다. 흐물흐물한 지렁이가 소·돼지·닭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립스틱 원료가 지렁이이다. 토룡탕으로도 먹는다. 지렁이에 함유된 '룸브로키나제'라는 효소가 혈관에 쌓인 혈전을 녹이는 역할을 한다. 지렁이는 1에이커(약 4,046㎡)에 약 5만마리가 묻혀 있고 이들이 퍼올리는 흙의 무게는 연간 18t 이상이다. 퍼올리면 뭉친 흙이 부드럽게 풀어져 식물이 뿌리를 넓고 깊게 내리고 공기가 들어가 미생물의 먹이인 산소와 질소를 공급한다.
이들이 먹고 배출하는 흙은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비료이다. 비만 오면 지렁이가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피부로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숨쉬기 위해서 땅 밖으로 기어 나온다. 후백제의 초대왕 견훤이 지렁이가 변하여 사람이 되었다한다.
안동에 가면 김씨·권씨·장씨 셋이 이를 알고 지렁이가 싫어하는 간장과 소금을 이용하여 견훤을 물리쳐 벼슬을 받았다는 설화가 있다. 한상순 시인이 한시에서 따온 지렁이의 일생 시가 있다.''한평생 감자밭에서 고추밭에서 좋은 땅 일구느라 수고한 지렁이 죽어서도 선뜻 선행의 끈 놓지 못한다. 이제 막 숨을 거둔 지렁이 한 마리밭고랑 너머 개미네 집으로 실려갑니다.'' 인간에게 꼬리까지 다 주고 가는 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지렁이를 예찬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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